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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개가 달아나자 논밭의 물이 말라버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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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해변의집 |
날짜: 06-12-02 16:55 |
조회: 13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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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개가 달아나자 논밭의 물이 말라버려
구좌읍 평대리 '가릿뱅디'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35㎞떨어진 일주도로변에 위치한 구좌읍 평대리. 마을 명칭인 坪岱(평대)란 ‘평평한 둔덕’을 뜻하는데 제주어로 ‘뱅디’라 한다. 표선마을에서 남쪽으로 5㎞ 지점에는 물이 가물어 벌판이 되었다는 뜻의 ‘가릿뱅디’이 있다.
한 때는 각종 농작물이 풍성하게 자라는 논밭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처럼 벌판이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전해져오고 있다. 그 옛날 평대마을에는 말과 소를 키우며 사는 ‘장서방’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가 장서방의 말과 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병들어 죽은 것도 아니고 도둑이 훔쳐 간 것도 아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장서방은 밤을 지새워서라도 원인을 밝히고자 했다. 그러던 어느 날밤 자정이 넘었을까? 장서방은 졸린 눈을 부릅뜨고 움막 안에서 자신의 말과 소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때였다. 움막 옆 논밭 한가운데에서 흰 개한마리가 불쑥 나오더니 잽싸게 소한마리를 끌고 다시 논밭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소와 말이 갑자기 사라지는 이유를 두 눈으로 확인한 장서방은 흰 개를 잡기로 하고 날이 밝자 지금까지 한번도 겨냥한 목표물이 빗나간 적인 없다는 같은 마을에 사는 사냥꾼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한다.
그때부터 장서방과 사냥꾼은 움막 안에서 같이 지내며 다시 흰 개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린다. 그로부터 며칠이 흐른 어느 날밤 역시 자정이 조금 지나자 기다리던 흰 개가 마침내 논밭 한가운데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냥꾼은 흰 개를 향해 화살을 조준하고 준비를 모두 마치자 힘차게 활시위를 당긴다.
그러나 화살은 흰 개 옆을 벗어나고 누군가 자신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흰 개는 쏜살같이 달아나기 시작한다. 장서방과 사냥꾼도 이에 질세라 그 뒤를 쫓아가지만 흰 개는 어느덧 서쪽 편에 있는 김녕 마을 앞 ‘입산봉’ 속으로 들어가 숨어버려 찾을 수가 없게 된다.
그 일이 있은 후 흰 개가 나타났던 논밭은 순식간에 물이 말라 벌판이 되어버렸고, 이상한 것은 ‘김녕 입산봉’ 에 난데없이 샘물이 흘러내리더니 주변 일대가 논밭은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갑자기 물이 말라버려 벌판이 된 평대마을 논밭을 ‘가릿뱅디’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김녕 입산봉’으로 숨어들어간 흰 개는 물귀신이 아니었을까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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