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판 '모세의 기적' 썩은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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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해변의집 |
날짜: 05-03-12 21:13 |
조회: 13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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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판 '모세의 기적' 썩은섬
[이곳에 가고싶다] 하루 두 번, 섬과 섬이 만난다
▲ 해안에서 바라본 썩은섬
ⓒ2005 신순배
'섬 속의 섬'
제주도 자체가 섬인데 그 속에 무슨 섬이 있다는 말인가. 일단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섬 속의 섬'이란, 제주도 본섬 주변의 자그마한 부속 섬들을 일컫는 말로, 우도와 마라도, 가파도를 포함한 총 63개의 섬을 이릅니다.
이러한 섬 속의 섬들은 저마다 품고 있는 전설과 절경의 풍광으로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로 인하여 지금은 관광객들이 제주도 본섬보다 더 즐겨 찾는 명소가 되고 있습니다.
바닷길이 열려 제주도와 썩은섬이 만난다
▲ 하루 두번 바닷길이 열립니다.
ⓒ2005 신순배
▲ 최고 80미터 정도의 바닷길이 열리는 썩은섬은 자연생태체험장으로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2005 신순배
가파도, 마라도,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으로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우도와는 달리 제주도 남쪽 바닷가에 조그마한 형체로 숨어 뭇사람들의 발길을 피하고 있는 섬이 있습니다.
'썩은섬'이라는 이름부터가 특이한 이 섬은 매일 바닷길이 열리는 제주판 '모세의 기적'을 연출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유명한 제부도를 포함하여 총 6개의 섬에서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섬의 동쪽끝에서 바라본 범섬의 전경
ⓒ2005 신순배
썩은섬은 행정구역상 서귀포시 강정동 산1번지로, 서귀포시 강정동과 법환동 사이의 중간지역 남쪽해안에 위치한 무인도입니다. 섬은 1만3367㎡의 면적에 동에서 서로 길게 누웠으며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해안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바다에 솟아있는 이 섬은 수중의 화산폭발로 이루어졌으며, 동쪽과 남쪽으로는 거대한 현무암 바위로 절벽을 이루고 이루는 반면 서쪽은 화산쇄설물이 쌓인 퇴적층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섬에 올라 사람의 흔적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50~60년 정도의 해송 100여 그루가 무리지어 서 있고 그 빈틈을 억새와 보리장나무 같은 식물군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남쪽 면 정상에 오르면 발 밑으로는 수십 미터의 낭떠러지가 굽어보는 눈을 아찔하게 하며, 눈을 들면 드넓은 대양을 중심으로 멀리 동쪽 끝으로는 섶섬과 범섬이 마주보이고 서쪽 편으로는 마라도와 가파도까지 한눈에 들어와 마치 비상이라도 할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힙니다.
섬의 동쪽 측면과 서쪽 측면으로 가면 섬밑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나오는데 경사도가 심해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동쪽면에는 붉게 익어가는 열매가 달린 보리장나무 지대 밑으로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암반들이 파도를 맞아 연신 포말을 만들어냅니다. 그 광경을 보노라면 세상만사가 귀찮아집니다.
▲ 화산퇴적암으로 이루어진 서쪽 절벽
ⓒ2005 신순배
서쪽 측면은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억센 바닷바람과 거친 파도에 의해 만들어진 기기묘묘한 형상의 바위와 퇴적암에서만 볼 수 있는 규칙적인 선형의 바위더미들이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바다 갈라짐 현상은 하루에 두 번 발생하는데 썩은섬과 해안으로 이어진 해저의 지형이 썰물 때의 바다 높이보다 높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바다가 갈라지면서 나타나는 길은 폭 10~20미터(썰물 최고조시 70~80미터)로 3~5시간 정도 지속되며, 바닥은 암석과 자갈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곳에는 조개, 고둥, 성게 등이 바위틈에 서식하고 있고 암반 위로는 해조류인 파래, 돌김들이 돋아 있어 가족이 함께 하는 자연체험학습장으로도 안성맞춤인 곳입니다.
낮 시간에 썰물이 바로 시작될 때를 맞춰 찾아가면 바닷길을 통해 보말, 조개를 채취하며 섬까지 들어갈 수 있습니다. 섬 안에서 절벽의 위용과 그에 부딪혀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파도의 포말를 바라보며 넓은 바다의 정취에 젖어들 시간이 충분합니다. 밀물이 시작되기 전 빠져나와 해안에서 육지가 섬이 되는 신기한 모습도 함께 경험할 수 있습니다.
죽은 고래가 썩어서 '썩은섬'?
▲ 섬 정상에는 해송무리와 억새들이 들어차 있습니다
ⓒ2005 신순배
이 섬이 썩은섬이란 이름을 얻게 된 유래에 대해서는 옛 문헌인 탐라고지도(1709년)에 '부도(腐島)'라고 표기되어 '썩은섬'의 한글이름과 상통한다는 것 외에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단지 이 섬의 토질이 죽은 흙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름이 지어졌다는 해석과, 섬과 육지가 만나기 때문에 '섬의 기능이 죽은(썩은)' 섬, 또는 어이없게도 육지와 연결되는 '썩을 놈의' 섬이라는 나름의 유래에 대한 해석들만 분분합니다.
이러한 유래해석 외에 마을에서 전해오는 '썩은섬'의 명칭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옛날 이 섬에 죽은 고래(황소였다고 이야기 하는 주민도 있습니다)가 파도에 떠밀려 왔는데, 당시에는 이 섬이 강정동, 법환동 중 어느 마을에도 속해 있지 않은 공동의 소유인지라 두 마을에서는 서로 미루며 치우기를 거부하였습니다.
고래 사체는 날이 지나면서 썩어가고 각 마을에서는 심한 악취가 진동을 하게 됩니다. 고래가 썩어가는 악취는 두 마을에 참기 힘든 고역이었기에 두 마을사람들이 모여 결국은 사체를 치우는 마을에서 그 대가로 섬을 소유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각 마을은 주민들끼리 모여 회의를 하였고 그 결과 강정동 주민들이 먼저 처리를 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그리할 것을 약조하고 고래 사체를 치웠는데, 그때부터 이 섬은 강정동의 소유가 되었다 합니다.
그 후 이 섬을 고래가 썩었던 섬이라 하여 '썩은섬'이라 부르게 되었다 합니다.
지질과 지형을 따진 명칭 유래보다 마을사람들에게 전하는 해학적인 유래해설이 정감 때문인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행정기관에서 썩은섬이라는 명칭 대신에 비슷한 음을 이용한 한자 명칭으로 '서건도(서건도)'라고 이름 지어 지도 및 도로 표지판 등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말이 주는 아름다움을 버리고 굳이 문헌에도 없는 한자어까지 만들면서 이름 짓는 행정에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됩니다.
또 다른 볼거리
▲ 해안가 너븐물 논에서는 청정 미나리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2005 신순배
바닷길이 시작되는 해안 일대를 너븐물이라 합니다. 한 때 논농사를 가능케 했던 넓은 민물 수로가 있어 이름 지어진 이 곳은 현재 마을주민들이 풍부한 물을 이용해 청정미나리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논 지역과 해안의 경계에는 지금은 많이 허물어져 있지만 돌을 이용해 성을 쌓았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환해장성'이라 합니다. 왜구의 침입이 많았던 제주에선 전역의 해안에 돌성을 쌓아 방비를 했다고 합니다.
해안은 잘고 굵은 검은 자갈로 이루어져 있는데 수천 년의 바닷물에 씻겨 반들반들하고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신발을 벗고 해안을 따라 걸으면 발바닥 지압효과가 있어 건강도 챙기고 쌓였던 스트레스도 저 멀리 달아나는 듯합니다.
썩은섬에서는 제주해녀들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일대의 바다에는 소라, 전복 등 해산물이 풍부하여 이 지역 최고의 바다 밭으로 이름나 있는데 왁자지껄한 제주원형 사투리와 함께 해녀들의 생생한 작업 모습과 바로 잡아 올린 해산물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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