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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수채화의 붓 터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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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해변의집 |
날짜: 05-10-03 08:48 |
조회: 10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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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수채화의 붓 터치
제주의 누이 오름과 가을들녘의 맵시 억새의 하모니가 연출해내는 넉넉한 멋
가을이다.
제주의 가을은 수채화다. 수채화 물감으로 제주의 전역을 물들이는 가을 수채화의 붓 터치가 시작됐다. 여름을 걷어낸 제주의 가을은 어떤 색깔일까.
몽실몽실 드높은 가을하늘 아래 두둥실 떠 있는 하얀구름과 파아란 하늘, 그 하늘아래 가을빛 가득 머금은 바다의 색은 쪽빛이다.
이 뿐인가. 가을 들녘을 은빛으로 물들이는 들녘의 맵시 억새풀이 지금 제주를 자신의 색깔로 에둘러 감아내고 있다.
설문대할망과 오백나한의 전설이 깃든 제주인의 영원한 안식처이자 삼신산의 하나인 제주의 명산 한라산은 그 길고 긴 치맛자락을 해안까지 뻗쳐 내렸다. 그 치맛자락 중간 중간에 터 잡고 앉아 있는 우리네 누이 오름도 풍성함에 겨워 자신의 능선을 타고 오르내리는 젖소에게 꼴을 먹이고 있다. 활짝 옷고름을 풀어 헤친 누이의 모습은 형용조차 어려운 곡선미를 뿜어내며 퍼질러 앉아 있다. “나도 가고 너도 오고 우리네 모두를 오라 손짓한다.” 사랑의 하모니다. 그 모습은 내리사랑의 은은한 녹색이다.
우리 제주사람들의 영원한 어머니 한라산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서고 있을까. 우리네 누이 360여 오름들이 닮은 꼴이자 또 다른 얼굴로 화장하고 있을 즈음 한라산은 이미 노란, 빨강의 단풍 옷을 꺼내 입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날씨가 그녀의 아들 오백나한의 몸을 핥고 백록의 정상에 오르노라면 한낮에는 후끈거린다. 그 일교차속에 한라산의 아름드리 고목은 여름의 푸른 옷을 장롱속 깊은 곳에 감추고 가을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강원도 설악산에는 이미 가을단풍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제주는 11월 초순이면 가을단풍의 절정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섯손가락에 입히는 빠알간 봉숭아 물감이 단풍나무에 하나 둘 그 색을 드리웠다. 채송화 물감이면 어떠랴. 아름다운 가을하늘의 선율에 맞춰 하루가 다르게 색의 농도를 짙게하는 한라산의 가을 옷갈이는 훔쳐보는 것만도 무한지경이다.
이미 제주의 거리 곳곳에는 노란 색으로 갈아입은 가로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하나 둘 떨어지는 흙빛 낙엽에서 인생 황혼의 종점이 그려진다.
인생의 종점은 회색빛일까. 아니면 일몰의 장엄함을 담아낸 검붉은 태양의 모습일까. 구름한점 없는 넓디 넓은 수평선아래로 떨어지는 황혼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인생의 색깔을 입힌다면 우리네 색도 1년 4계절과 비슷하지는 않을까.
이 가을에 입혀지는 한 폭의 수채화. 그 아름다움에 우리네 인생의 노래도 담겨져 있을 것이다.
가을에 떠나는 여행. 홀로라도 좋고 연인사이라면 더욱 좋다. 엄마 아빠와 손잡고 떠나는 가을스케치는 또 다른 추억거리다.
이제 가을여행이 시작됐다. 그러나 실상은 얼마 남지 않았다. 가을이 주는, 하루가 다르게 입혀지는 가을색의 묘미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지난 봄과 여름, 그리고 오늘을 통한 내일을 보게 한다. 이제 시작하는 가을스케치는 하얀 겨울을 맞이하기 위한 자연의 장엄한 황혼이다.
지금 그 가을의 문턱에 우리들이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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